우리는 ‘시대가 변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죠. 오늘은 그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제 ‘명품=샤넬’이 아닙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SNS, 트위터의 적수가 나타나고 있죠. ‘9 to 6’는 이중으로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15일, 현지시간) 더밀크에서 포착한 미국에서의 또 하나의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나이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큰 의미를 가지죠. 상대방의 나이를 알아야 호칭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이에 따라 조사, 어투도 달라지죠.
최근 제가 사는 뉴욕에서 한국어 봉사를 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의미를 설명하려니 말이 길어지고 결국 못알아듣게 되더군요. 특히 한국은 상대방의 '나이'를 묻지도 않고 알아서 그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국인에게 '나이'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감과 장벽을 가져다 줍니다.
특히 나이에 따라 상상할 수 있는 삶의 궤적도 있습니다. 20대는 뭔가를 배우는 시기입니다. 학교, 회사 등에서 학생, 인턴, 신입사원, 주니어 등으로 불리죠. 30~40대는 커리어를 도약하는 시기입니다 .50~60대는 이전보다 승진했거나 은퇴, 제2의 직업을 알아봅니다. 70대 이후부터는 어딘가의 ‘구루’가 되거나 미디어에서 더 이상 다뤄지지 않는 존재가 되죠. 군데군데 서글프지만 이게 우리 사회가 설정한 '흔한 경로'였습니다.
하지만 이 경로가 옅어지고 있습니다. 20대와 80대의 역할 바꾸기, 역할 흐려지기가 시작된 겁니다.
'80대도 쿨하다' 수영복 모델 도전기
출처 : Sports Illustrated)
이제 80대도 20대의 역할을 합니다. 흔히 미디어에서 ‘80세’라고 하면 ‘노인’의 이미지가 강조됩니다. ‘멋지고 쿨한‘이미지를 표현하는 건 대부분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81세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의 유명 사업가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입니다.
어떤 시도? 마사 스튜어트는 현재 나이 81세(41년8월생)입니다. 그는 15일(현지시각) 투데이쇼에 출연해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자사 수영복 특별판에 올라간 자신의 커버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래서 의미는? 마사 스튜어트는 80대에 대한 이미지를 새로 썼습니다. 단순히 외모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자기관리로 ‘우아하게 늙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였죠. 여기에 따라 새로운 사업모델도 나타납니다. 엠제이 데이(MJ Day)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편집장은 "항상 한발 앞서서 비즈니스 제국을 건설했던 것처럼 그는 항상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튜어트는 뭐 하는 사람이길래 (무료기사)
20대는 105년의 역사를 사다.
(출처: 오스틴 러셀 링크트인 / 디자인: 김현지)
반면 이제는 20대가 80대처럼 기업의 수장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 안전과 자율 주행 센서와 소프트웨어 제조 기업 루미나(Luminar)의 창업자 오스틴 러셀(Austin Russell)이 설립된 지 105년이 넘은 경제 미디어 포브스(Forbes)의 사주가 됐습니다. 그는 최근 포브스의 지분 82%를 사들였습니다.
포브스는 왜 팔렸나? 포브스는 전 세계 기업가나 억만장자 목록, 30세 이하 유망한 비즈니스 리더들에 대한 연간 특집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최근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외부 기고 네트워크에 의존해 왔죠. 유료 뉴스레터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행사 이벤트를 강화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경기 침체로 인해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러셀이? 이에 포브스는 수년간 인도의 투자사 선그룹(Sun Group)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선 그룹은 1~2조 사이에서 포브스를 인수하려 했죠. 하지만 포브스의 경영진이 최근 규제 기관이 100년 넘는 역사의 포브스가 인도에 넘어가는 것을 허가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때 ‘95년생’ 러셀이 파고듭니다.
20대가 100년 기업 삼킨 전략은? (하루무료)
두분이 합쳐 191세
(출처: CNBC)
지금 우리가 아는 모든 게 바뀌고 있습니다. 80대가 20대의 일을, 20대가 80대의 일을 하고 있죠. 이때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모든 건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죠.
“정말 굉장한 건 25개의 방과 6대의 차가 있는 것보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그런 소중한 60년을 함께 했다…(중략) 당신이 살면서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2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그의 평생 벗이자 비지니스 파트너인 부회장 찰리 멍거(99세)의 나이를 합치면 191세입니다. 이들의 우정은 60년도 넘죠. 이들은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 직후 촬영된 "버핏과 멍거: 지혜의 부(A Wealth of Wisdom)" 인터뷰에서도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찰리 멍거가 실패 이겨낸 비법
<더밀크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및 13F 분석>
1분기 버크셔 13F : 버핏은 위험을 팔고 애플을 샀다
2023년 버핏 주총 이슈는 A.B.C ..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워런 버핏 2023 주주서한이 전하는 5가지 투자 지혜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거의 항상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부르면 돼?”
자신을 남성, 여성, 중성(논바이너리) 등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묻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선호하는 이름이 따로 있는지, Mx, Mr, Ms, Miss, Mrs 등 선호하는 호칭이 있는지 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죠.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다릅니다.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공적으로 만났으면 상대적으로 쉽죠 ‘박 팀장님’, ‘윤 차장’ 등 내 위치에 따라 직함을 부르면 되니까요. 사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집니다. 나이부터 어디에서 만났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죠. 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그를 멀리서도 '부를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어색할 때가 많아 ‘저기요’, ‘저…(본론)’ 가 다반사죠.
한국어는 고맥락 언어입니다. 주어가 생략될 때가 많고, 호칭을 찾는 과정을 보면 가히 ‘맥락의 민족’이라고 할 만하죠. 정보도 그렇습니다. 단순하게 하나의 정보를 전달하면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렵죠. 이 어려움을 저도 느낍니다.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판단할 수 있도록 앞과 뒤의 맥락을 전하려는 이유입니다.
뉴욕 아스토리아에서 더밀크 김세진 드림
더밀크에서는 뷰스레터를 구독해 주시는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하나하나 소중히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내용, 고쳐야 할 것들, 어떤 것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애정 어린 피드백은 더밀크 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젊은 80대와 연륜의 20대.
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오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시대가 변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죠. 오늘은 그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제 ‘명품=샤넬’이 아닙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SNS, 트위터의 적수가 나타나고 있죠.
‘9 to 6’는 이중으로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15일, 현지시간) 더밀크에서 포착한 미국에서의 또 하나의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나이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큰 의미를 가지죠. 상대방의 나이를 알아야 호칭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이에 따라 조사, 어투도 달라지죠.
최근 제가 사는 뉴욕에서 한국어 봉사를 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의미를 설명하려니 말이 길어지고 결국 못알아듣게 되더군요. 특히 한국은 상대방의 '나이'를 묻지도 않고 알아서 그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국인에게 '나이'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감과 장벽을 가져다 줍니다.
특히 나이에 따라 상상할 수 있는 삶의 궤적도 있습니다. 20대는 뭔가를 배우는 시기입니다. 학교, 회사 등에서 학생, 인턴, 신입사원, 주니어 등으로 불리죠. 30~40대는 커리어를 도약하는 시기입니다 .50~60대는 이전보다 승진했거나 은퇴, 제2의 직업을 알아봅니다. 70대 이후부터는 어딘가의 ‘구루’가 되거나 미디어에서 더 이상 다뤄지지 않는 존재가 되죠. 군데군데 서글프지만 이게 우리 사회가 설정한 '흔한 경로'였습니다.
하지만 이 경로가 옅어지고 있습니다. 20대와 80대의 역할 바꾸기, 역할 흐려지기가 시작된 겁니다.
'80대도 쿨하다' 수영복 모델 도전기
출처 : Sports Illustrated)
이제 80대도 20대의 역할을 합니다. 흔히 미디어에서 ‘80세’라고 하면 ‘노인’의 이미지가 강조됩니다. ‘멋지고 쿨한‘이미지를 표현하는 건 대부분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81세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의 유명 사업가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입니다.
어떤 시도? 마사 스튜어트는 현재 나이 81세(41년8월생)입니다. 그는 15일(현지시각) 투데이쇼에 출연해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자사 수영복 특별판에 올라간 자신의 커버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래서 의미는? 마사 스튜어트는 80대에 대한 이미지를 새로 썼습니다. 단순히 외모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자기관리로 ‘우아하게 늙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였죠. 여기에 따라 새로운 사업모델도 나타납니다. 엠제이 데이(MJ Day)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편집장은 "항상 한발 앞서서 비즈니스 제국을 건설했던 것처럼 그는 항상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20대는 105년의 역사를 사다.
(출처: 오스틴 러셀 링크트인 / 디자인: 김현지)
반면 이제는 20대가 80대처럼 기업의 수장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 안전과 자율 주행 센서와 소프트웨어 제조 기업 루미나(Luminar)의 창업자 오스틴 러셀(Austin Russell)이 설립된 지 105년이 넘은 경제 미디어 포브스(Forbes)의 사주가 됐습니다. 그는 최근 포브스의 지분 82%를 사들였습니다.
포브스는 왜 팔렸나? 포브스는 전 세계 기업가나 억만장자 목록, 30세 이하 유망한 비즈니스 리더들에 대한 연간 특집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최근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외부 기고 네트워크에 의존해 왔죠. 유료 뉴스레터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행사 이벤트를 강화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경기 침체로 인해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러셀이? 이에 포브스는 수년간 인도의 투자사 선그룹(Sun Group)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선 그룹은 1~2조 사이에서 포브스를 인수하려 했죠. 하지만 포브스의 경영진이 최근 규제 기관이 100년 넘는 역사의 포브스가 인도에 넘어가는 것을 허가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때 ‘95년생’ 러셀이 파고듭니다.
두분이 합쳐 191세
(출처: CNBC)
지금 우리가 아는 모든 게 바뀌고 있습니다. 80대가 20대의 일을, 20대가 80대의 일을 하고 있죠. 이때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모든 건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죠.
“정말 굉장한 건 25개의 방과 6대의 차가 있는 것보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그런 소중한 60년을 함께 했다…(중략) 당신이 살면서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2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그의 평생 벗이자 비지니스 파트너인 부회장 찰리 멍거(99세)의 나이를 합치면 191세입니다. 이들의 우정은 60년도 넘죠. 이들은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 직후 촬영된 "버핏과 멍거: 지혜의 부(A Wealth of Wisdom)" 인터뷰에서도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더밀크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및 13F 분석>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거의 항상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부르면 돼?”
자신을 남성, 여성, 중성(논바이너리) 등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묻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선호하는 이름이 따로 있는지, Mx, Mr, Ms, Miss, Mrs 등 선호하는 호칭이 있는지 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죠.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다릅니다.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공적으로 만났으면 상대적으로 쉽죠 ‘박 팀장님’, ‘윤 차장’ 등 내 위치에 따라 직함을 부르면 되니까요. 사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집니다. 나이부터 어디에서 만났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죠. 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그를 멀리서도 '부를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어색할 때가 많아 ‘저기요’, ‘저…(본론)’ 가 다반사죠.
한국어는 고맥락 언어입니다. 주어가 생략될 때가 많고, 호칭을 찾는 과정을 보면 가히 ‘맥락의 민족’이라고 할 만하죠. 정보도 그렇습니다. 단순하게 하나의 정보를 전달하면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렵죠. 이 어려움을 저도 느낍니다.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판단할 수 있도록 앞과 뒤의 맥락을 전하려는 이유입니다.
뉴욕 아스토리아에서
더밀크 김세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