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이의 귀환

2022-07-25
  • 제국의 역습 
  • 새로운 희망  

“아주 먼 옛날 저 멀리 네트워크에서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이 인류 최초의 인터넷에 관해 쓴 에세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너무 유명한 스타워즈의 오프닝이죠. 스타워즈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청년들에게 강렬한 세대 효과를 남겼습니다. 일단 우주를 딱딱한 암흑공간에서 낭만적 중세공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소년소녀라면 모두들 한번쯤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공주를 구하는 모험을 꿈꾸게 됐죠. 무엇보다 스타워즈는 당대 세계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스타워즈는 상명하복 중앙집권적인 제국을 탈중앙 자율조직인 공화국이 무찌르는 이야기입니다. 덕분에 다스베이더로 상징되는 수직 조직은 악이며 제다이로 대변되는 수평 조직은 선이라는 선악흑백논리가 당대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런 흑백 세계관은 초창기 인터넷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1970년대 인터넷을 창조한 파운딩 파더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당시 실리콘밸리 일대 대학 연구소들은 서로를 연결해서 작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탠퍼드대 연구소와 US산타바바라대 연구소가 주축이었죠. 이들은 서로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일종의 문자 통신을 시도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카톡이죠. 이들이 처음 타이밍한 문자는 L 그리고 O 였습니다. 원래는 G 까지 쳐서 로그인 같은 단어를 쓰려고 했을테지만 단 두 글자만 보내고 시스템이 다운됩니다. 어쨌든 인터넷이 태어난 순간이었죠.

빈트 서프는 이렇게 여러 컴퓨터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 서로를 인식하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주소인 TCP/IP를 고안한 주인공입니다. 전설이죠. 그런데 당시 인터넷 개발자들이 함께 열광한 부분은 카톡이 가능해져서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에는 어떠한 중앙집권적 통제조직도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심지어 빈트 서프를 비롯한 초창기 인터넷 개발자들은 이 인터넷이라는 발명품에서 어떠한 경제적 이득도 취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서로의 연구실을 방문해서 토론을 벌이면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인터넷으로 기업을 창업하거나 세계를 지배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했죠. 비유하자면 그들은 제다이들이었던 겁니다. 훗날 빈트 서프가 최초의 인터넷 개발 과정을 회고하면서 쓴 에세이가 스타워즈의 오프닝으로 시작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코드 컨퍼런스 2022에선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과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와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웹3와 블록체인과 NFT에 관해 화상 토론을 벌였습니다.

코드 컨퍼런스는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조망하는 행사입니다. 지난 7월 15일 열린 ‘인터넷의 변화가 디지털 패러다임을 바꾸다’ 세션은 이른바 인터넷의 아버지들이 모여서 새로운 인터넷으로 불리는 웹3에 관해 토론하는 흥미진진한 자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웹3야말로 탈중앙화된 새로운 인터넷으로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과거 은하제국에 맞서 인터넷 공화국을 건국했던 제다이들은 2022년 웹3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제국의 역습

(출처 : 코드컨퍼런스2022 화면캡쳐)

“웹3는 정의되지 않은 마케팅 용어다.”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웹3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아무도 웹1과 웨2를 부르지 않았는데 웹3가 출현했다”고 지적했죠. 세상이 새로운 현상을 웹3라고 타칭해준 게 아니라 일부 웹3 관계자들이 스스로를 3세대 인터넷이라고 자칭한 겁니다.

반면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인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웹3가 구글이나 애플 같은 플랫폼이 독점한 데이터를 분산시킬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데이터는 미래의 원유입니다. 앞으론 데이터를 추출하고 모으고 정제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죠.
그런데 또 다른 인터넷의 아버지인 로렌스 레식 교수는 빈트 서프 부사장과는 정반대 입장입니다. 레식 교수는 혼돈의 인터넷에 법질서를 찾아준 변호사로 유명합니다. 인터넷을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죠. 레식 교수는 블록체인 기반인 웹3가 사이버 공간의 신용을 더 높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분명한 건, 한때 제다이로서 제국에 함께 맞섰던 인터넷의 아버지들은 이젠 웹3에 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대가들이 본 웹3는?

새로운 희망

(출처: GettyImages)

코드 컨퍼런스 2022에선 당연히 NFT도 화두였습니다. 인터넷 제다이 3인방 뿐만 아니라 마이클 케이시 코인데스크 최고콘텐츠책임자와 브래드 야사르 분산형 글로벌 은행 플랫폼 EQIFI CEO도 NFT에 관해 토론했습니다.

일단 마이클 케이시와 브래드 야사르는 NFT의 본질이 공동체 형성에 있다고 봤습니다. 특정 NFT 소유자들끼리 모여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데 NFT가 일종의 징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특정 콘텐츠의 소유자라는 공통 분모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교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관심사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로 묶이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죠.
NFT는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의 등록과 취득도 간편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NFT를 매도자의 지갑에서 매수자의 지갑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니까요. 어쩌면 득취세나 복비에서 자유로워질수도 있겠죠.

과연 NFT는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에 새로운 희망일까요? 보이지 않는 위협일까요?  

글도 부동산도 NFT?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1990년대 중반 대전 카이스트에 작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대학 연구실에 작은 PC방을 연 셈이었죠.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빈트 서프 부사장 같은 인터넷의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길남 명예교수 역시 학술적인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탈중앙화된 분산형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최우선 목표였죠. 제국의 역습에 맞서는 제다이들의 혁명이 당대의 주류 세계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카이스트 PC방 한켠에서 엉뚱한 일들을 벌이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중앙의 지도 교수 몰래 변방에서 제멋대로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었죠. 그들은 인터넷에서 의미보단 재미를 찾았습니다.

카이스트 PC방 열쇠를 손에 쥔 학생들은 스타워즈 세계관 대신 순정만화와 중세설화 세계관을 기반으로 온라인 게임이란 걸 만들게 됩니다. 이들은 한국 벤처 창업의 1세대가 됐죠. 그리고 우리는 이제 다시 웹3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앙과 분산을 오가는 인터넷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어쩌면 운율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먼 옛날 저 멀리 네트워크에서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더밀크 신기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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