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압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매버릭은 자신과 같은 파일럿을 구시대 유물 취급하는 해군 제독에게 이렇게 대꾸합니다. 드론 전투기의 시대가 오고 언젠간 인간 파일럿의 시대가 끝날진 몰라도 그 날이 오늘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영화 〈탑건 : 매버릭〉의 한 장면입니다. 매버릭은 곧장 활주로로 향합니다.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탑건 : 매버릭〉은 1986년에 개봉한 〈탑건〉의 속편입니다. 최고의 엘리트 파일럿들을 모아서 최고 중의 최고로 재탄생시키는 해군 비행 학교 탑건이 배경이죠. 〈탑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탑건 : 매버릭〉에서도 최정예 파일럿들과 최신예 전투기들이 벌이는 도그파이팅이 압권입니다. 도그파이팅은 전투기들이 하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벌이는 공중전을 뜻합니다. 전투기의 투견이죠.
〈탑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탑건 : 매버릭〉에서도 도그파이팅은 진짜 파일럿들이 실제 전투기를 몰고 리얼 공중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촬영됐습니다. 36년 전엔 실제 촬영이 불가피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따라주지 못하는 386 시대였으니까요. 2022년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천지개벽도 천지창조도 할 수 있습니다. 타노스도 만들고 멀티버스도 만듭니다. 그런데도 〈탑건 : 매버릭〉은 실전 촬영을 고수했습니다.
주연배우 톰 크루즈 때문입니다. 톰 크루즈는 모든 스턴트 촬영을 대역 없이 직접 해내는 걸로 유명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에선 이륙하는 비행기 동체 바깥에 정말로 매달렸죠. 그걸 8번이나 반복 촬영했습니다. 매버릭은 톰 크루즈가 연기한 해군 대위 피트 미첼의 콜싸인입니다. 매버릭은 아직 누구 소인지 낙인이 찍히지 않은 송아지를 뜻합니다. 카우보이 은어가 대중적으로 굳어졌습니다. 매버릭은 한 마디로 돌아이를 뜻합니다. 탑건에서 매버릭은 공중전에서 파격적인 비행술을 선보입니다. 교본에도 없습니다. 규칙에도 어긋납니다. 대신 최고죠.
할리우드에선 톰 크루즈가 매버릭입니다. 〈탑건 :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F-18 호넷과 F-14 톰캣 그리고 P-51 머스탱 전투기를 진짜로 조종했습니다. 심지어 〈탑건 : 매버릭〉의 주조연 배우들은 3개월 동안 톰 크루즈가 준비한 파일럿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했습니다. 〈탑건 : 매버릭〉 촬영장에는 그린 스크린이 없었습니다. 전부 실제로 촬영했으니까요. 톰 크루즈가 정말로 달리고 실제로 매달리고 진짜로 날아다니는 건 간덩이가 부어서가 아닙니다. 지금 관객들이 정말로 실제인 진짜를 체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디지털 체험에 노출됩니다. 손 안의 스마트폰은 우리를 서로 디지털로 연결해줍니다. 우리는 연인과 친구와 가족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지만 그건 실제가 아닙니다. 정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이 육체의 감각기관으로만 서로 진짜 연결된다고 보는 건 시대착오적입니다. 아날로그적 연결은 이미 디지털적 연결의 일부에 불과해졌습니다. 디지털은 인류가 지닌 연결의 의미를 영원히 바꿔놓았습니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린 랜선 체험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체험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인 겁니다.
그렇지만 디지털은 결국 가짜입니다. 그걸 지금 포스트 판데믹이 보여주고 있죠. 랜선 집들이를 하던 사람들은 공항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다들 디지털로 배달해서 먹던 음식을 직접 즐기러 나갑니다. 영상으로만 추앙하던 가수를 멀리서나마 육안으로 보고 싶어서 콘서트장으로 향합니다. 톰 크루즈가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을 마다하고 목숨을 건 스턴트 촬영을 진짜 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관객에게 비주얼 리얼리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로 진짜처럼 보이는 것들은 이미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딴 건 넷플릭스로도 유튜브로도 인스타그램으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을 극장까지 불러모으려면 진짜로 진짜여야만 합니다. 진짜 같은 가짜가 너무 많으니까요. 그럴수록 우리는 진짜 진짜가 진짜로 갈증나니까요. 톰형은 진짜 알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6일 메타가 깜짝 공개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그리고 혼합현실 헤드셋들은 그래서 〈탑건 : 매버릭〉에 대한 반격 같기도 합니다. 톰 크루즈가 시네마로 디지털은 따라올 수 없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마크 저커버그는 테크놀로지로 디지털도 진짜가 되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톰 크루즈는 진짜 진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합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무너졌다고 주장합니다. 〈더밀크〉는 6월 16일 실리콘밸리 멘로파크 메타 플랫폼스 본사에서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증강가상혼합현실에 관한 비전을 직접 들었습니다. 한 가지만큼은 리얼리티였습니다. 마크도 매버릭이었습니다.
저커버그 “비주얼 리얼리즘이 미래”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새로운 VR 헤드셋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있다. (출처 : Meta)
메타의 증강가상현실 기술에서 눈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니까요. 메타는 사람들에게 진짜처럼 보이게 해주면 정말이라고 믿는다고 믿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시간 능력과 동일한 수준의 디스플레이는 가상 세계에 실재 존재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말엔 뼈가 있습니다. 메타 플랫폼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성장한 빅테크입니다. 둘 다 디지털 연결을 팔아서 떼돈을 벌였죠. 디지털은 가짜지만 2010년대만 해도 사람들한텐 충분히 심박했습니다.
지난 6월 16일 특별 기자 간담회엔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5명의 리얼리티 랩 리서치 연구원들이 참석했습니다. 〈더밀크〉 박원익 기자가 참석한 메타의 기자 간담회 제목도 인사이드 더 랩스였죠. 더 랩이 그 랩입니다.
메타 인사이드 더 랩스 현장 취재
메타의 VR 비전 ‘미러레이크’ 무엇이 다른가?
스키 고글 폼팩터를 채용한 VR 헤드셋 콘셉트 디자인 ‘미러레이크’ (출처 : Meta)
미러레이크는 메타 증강가상혼합현실 테크놀로지의 북극성입니다. 홀로케이트2와 버터스카치와 스타버스트는 각각의 장점과 한계가 뚜렷합니다. 장점만 더하고 한계는 극복한 완전체 디바이스가 미러레이크입니다. 기술의 초점은 역시나 눈입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말하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여야 한다는 겁니다.
놀라웠던 점은 메타도 미러레이크는 아직 무리라고 인정합니다. 지난 7년 동안 리얼리티 랩 리서치에서 열과 성을 다했지만 지금까진 특이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빅테크 기업 가운데 누구도 기술적 특이점을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근원거리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색상 뒤틀림을 스스로 보정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하려면 5년에서 10년은 필요하다는 게 메타의 계산입니다.
메타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초현실 경쟁에서 반드시 필승하겠다는 태세입니다.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적어도 사명까지 메타로 바꾼 건 아직은 메타 뿐입니다. 마크는 메타에 진심이니까요.
미러레이크 360도 분석
메타는 무엇을 원하는가?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미러레이크 (출처 : Meta)
박원익 기자가 메타 인사이드 취재를 하는 사이에 서울에서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최형욱 대표는 자타공인 증강가상현실 전문가입니다. 진짜 전문가라면 어려운 기술도 쉽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최형욱 대표는 진짜 진짜 전문가입니다. 사적인 자리에서 진짜 공적으로 메타의 테크놀로지를 설명했었는데 그 일부가 6월 20일자 〈더밀크〉 오피니언입니다.
최형욱 대표는 메타가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아이트래킹 기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하죠. 눈이 보는 것이 영혼의 관심사입니다. 최 대표가 들려준 중요한 인사이트 가운데 하나는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이 더 어려운 난제라는 겁니다.
메타의 증강가상현실 프로젝트의 이름은 프로젝트 캠브리아입니다. 고생물학 연대기상으로 캠브리아기는 생물한테 눈이 생긴 시대죠. 마크 저커버그는 인간이 제3의 눈을 떠서 가상을 실제처럼 보는 시대를 열려고 합니다. 디지털 캠브리아 시대가 도래하는 겁니다. 고생물학 연대기상 캠브리아기 다음은 오르도비스기입니다. 생물한테 척추가 생겨난 시대죠. 정작 디지털 캠브리아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한테 척추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미래에 육체는 누워 있고 영혼은 가상 현실에서 살게 된다면 척추 따위는 필요 없어질테니까요. 이미 생긴 것도 오징어인데 이렇게 진짜 오징어가 되나 봅니다.
캠브리아 프로젝트의 모든 것
“I know but not today.”
영화 〈탑건: 매버릭〉의 톰 크루즈 (출처 : Paramount)
메타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결국엔 도래하게 될 겁니다. 미래의 주인이 메타가 아니라 다른 빅테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도 그걸 알아서 조바심을 내는 거겠죠. 증강가상현실 세상은 아무리 메타라도 선점은 할 수 있어도 독점은 할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는 그 자체로 넥스트 인터넷이니까요.
지난 십여년 동안 리얼리티의 진위를 가리던 오래된 기준은 붕괴됐습니다. 이제 세상은 N개의 리얼리티가 존재하는 멀티버스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사실이며 진실인지는 세상이 아니라 나의 눈이 결정합니다. 내 눈에 진짜면 진짜인 겁니다. 주관적 진실이 객관적 사실을 능가하는 시대입니다.
언젠간 톰형의 비주얼 리얼리티도 여러 리얼리티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게 될 겁니다. 마크의 미러레이크가 아이맥스 극장의 스펙타클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도달하는 날이 오면 그렇게 되겠죠. 문득 사실에 기반해 진실을 기록하는 일개 저널리스트라는 직업도 결국 사라지겠구나 싶어집니다. 압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나도 압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매버릭은 자신과 같은 파일럿을 구시대 유물 취급하는 해군 제독에게 이렇게 대꾸합니다. 드론 전투기의 시대가 오고 언젠간 인간 파일럿의 시대가 끝날진 몰라도 그 날이 오늘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영화 〈탑건 : 매버릭〉의 한 장면입니다. 매버릭은 곧장 활주로로 향합니다.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탑건 : 매버릭〉은 1986년에 개봉한 〈탑건〉의 속편입니다. 최고의 엘리트 파일럿들을 모아서 최고 중의 최고로 재탄생시키는 해군 비행 학교 탑건이 배경이죠. 〈탑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탑건 : 매버릭〉에서도 최정예 파일럿들과 최신예 전투기들이 벌이는 도그파이팅이 압권입니다. 도그파이팅은 전투기들이 하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벌이는 공중전을 뜻합니다. 전투기의 투견이죠.
〈탑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탑건 : 매버릭〉에서도 도그파이팅은 진짜 파일럿들이 실제 전투기를 몰고 리얼 공중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촬영됐습니다. 36년 전엔 실제 촬영이 불가피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따라주지 못하는 386 시대였으니까요. 2022년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천지개벽도 천지창조도 할 수 있습니다. 타노스도 만들고 멀티버스도 만듭니다. 그런데도 〈탑건 : 매버릭〉은 실전 촬영을 고수했습니다.
주연배우 톰 크루즈 때문입니다. 톰 크루즈는 모든 스턴트 촬영을 대역 없이 직접 해내는 걸로 유명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에선 이륙하는 비행기 동체 바깥에 정말로 매달렸죠. 그걸 8번이나 반복 촬영했습니다. 매버릭은 톰 크루즈가 연기한 해군 대위 피트 미첼의 콜싸인입니다. 매버릭은 아직 누구 소인지 낙인이 찍히지 않은 송아지를 뜻합니다. 카우보이 은어가 대중적으로 굳어졌습니다. 매버릭은 한 마디로 돌아이를 뜻합니다. 탑건에서 매버릭은 공중전에서 파격적인 비행술을 선보입니다. 교본에도 없습니다. 규칙에도 어긋납니다. 대신 최고죠.
할리우드에선 톰 크루즈가 매버릭입니다. 〈탑건 :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F-18 호넷과 F-14 톰캣 그리고 P-51 머스탱 전투기를 진짜로 조종했습니다. 심지어 〈탑건 : 매버릭〉의 주조연 배우들은 3개월 동안 톰 크루즈가 준비한 파일럿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했습니다. 〈탑건 : 매버릭〉 촬영장에는 그린 스크린이 없었습니다. 전부 실제로 촬영했으니까요. 톰 크루즈가 정말로 달리고 실제로 매달리고 진짜로 날아다니는 건 간덩이가 부어서가 아닙니다. 지금 관객들이 정말로 실제인 진짜를 체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디지털 체험에 노출됩니다. 손 안의 스마트폰은 우리를 서로 디지털로 연결해줍니다. 우리는 연인과 친구와 가족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지만 그건 실제가 아닙니다. 정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이 육체의 감각기관으로만 서로 진짜 연결된다고 보는 건 시대착오적입니다. 아날로그적 연결은 이미 디지털적 연결의 일부에 불과해졌습니다. 디지털은 인류가 지닌 연결의 의미를 영원히 바꿔놓았습니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린 랜선 체험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체험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인 겁니다.
그렇지만 디지털은 결국 가짜입니다. 그걸 지금 포스트 판데믹이 보여주고 있죠. 랜선 집들이를 하던 사람들은 공항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다들 디지털로 배달해서 먹던 음식을 직접 즐기러 나갑니다. 영상으로만 추앙하던 가수를 멀리서나마 육안으로 보고 싶어서 콘서트장으로 향합니다. 톰 크루즈가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을 마다하고 목숨을 건 스턴트 촬영을 진짜 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관객에게 비주얼 리얼리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로 진짜처럼 보이는 것들은 이미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딴 건 넷플릭스로도 유튜브로도 인스타그램으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을 극장까지 불러모으려면 진짜로 진짜여야만 합니다. 진짜 같은 가짜가 너무 많으니까요. 그럴수록 우리는 진짜 진짜가 진짜로 갈증나니까요. 톰형은 진짜 알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6일 메타가 깜짝 공개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그리고 혼합현실 헤드셋들은 그래서 〈탑건 : 매버릭〉에 대한 반격 같기도 합니다. 톰 크루즈가 시네마로 디지털은 따라올 수 없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마크 저커버그는 테크놀로지로 디지털도 진짜가 되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톰 크루즈는 진짜 진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합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무너졌다고 주장합니다. 〈더밀크〉는 6월 16일 실리콘밸리 멘로파크 메타 플랫폼스 본사에서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증강가상혼합현실에 관한 비전을 직접 들었습니다. 한 가지만큼은 리얼리티였습니다. 마크도 매버릭이었습니다.
저커버그 “비주얼 리얼리즘이 미래”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새로운 VR 헤드셋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있다. (출처 : Meta)
메타의 증강가상현실 기술에서 눈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니까요. 메타는 사람들에게 진짜처럼 보이게 해주면 정말이라고 믿는다고 믿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시간 능력과 동일한 수준의 디스플레이는 가상 세계에 실재 존재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말엔 뼈가 있습니다. 메타 플랫폼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성장한 빅테크입니다. 둘 다 디지털 연결을 팔아서 떼돈을 벌였죠. 디지털은 가짜지만 2010년대만 해도 사람들한텐 충분히 심박했습니다.
지난 6월 16일 특별 기자 간담회엔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5명의 리얼리티 랩 리서치 연구원들이 참석했습니다. 〈더밀크〉 박원익 기자가 참석한 메타의 기자 간담회 제목도 인사이드 더 랩스였죠. 더 랩이 그 랩입니다.
메타의 VR 비전 ‘미러레이크’ 무엇이 다른가?
스키 고글 폼팩터를 채용한 VR 헤드셋 콘셉트 디자인 ‘미러레이크’ (출처 : Meta)
미러레이크는 메타 증강가상혼합현실 테크놀로지의 북극성입니다. 홀로케이트2와 버터스카치와 스타버스트는 각각의 장점과 한계가 뚜렷합니다. 장점만 더하고 한계는 극복한 완전체 디바이스가 미러레이크입니다. 기술의 초점은 역시나 눈입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말하는 비주얼 리얼리즘을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여야 한다는 겁니다.
놀라웠던 점은 메타도 미러레이크는 아직 무리라고 인정합니다. 지난 7년 동안 리얼리티 랩 리서치에서 열과 성을 다했지만 지금까진 특이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빅테크 기업 가운데 누구도 기술적 특이점을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근원거리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색상 뒤틀림을 스스로 보정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하려면 5년에서 10년은 필요하다는 게 메타의 계산입니다.
메타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초현실 경쟁에서 반드시 필승하겠다는 태세입니다.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적어도 사명까지 메타로 바꾼 건 아직은 메타 뿐입니다. 마크는 메타에 진심이니까요.
메타는 무엇을 원하는가?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미러레이크 (출처 : Meta)
박원익 기자가 메타 인사이드 취재를 하는 사이에 서울에서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최형욱 대표는 자타공인 증강가상현실 전문가입니다. 진짜 전문가라면 어려운 기술도 쉽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최형욱 대표는 진짜 진짜 전문가입니다. 사적인 자리에서 진짜 공적으로 메타의 테크놀로지를 설명했었는데 그 일부가 6월 20일자 〈더밀크〉 오피니언입니다.
최형욱 대표는 메타가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아이트래킹 기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하죠. 눈이 보는 것이 영혼의 관심사입니다. 최 대표가 들려준 중요한 인사이트 가운데 하나는 가상현실보다 증강현실이 더 어려운 난제라는 겁니다.
메타의 증강가상현실 프로젝트의 이름은 프로젝트 캠브리아입니다. 고생물학 연대기상으로 캠브리아기는 생물한테 눈이 생긴 시대죠. 마크 저커버그는 인간이 제3의 눈을 떠서 가상을 실제처럼 보는 시대를 열려고 합니다. 디지털 캠브리아 시대가 도래하는 겁니다. 고생물학 연대기상 캠브리아기 다음은 오르도비스기입니다. 생물한테 척추가 생겨난 시대죠. 정작 디지털 캠브리아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한테 척추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미래에 육체는 누워 있고 영혼은 가상 현실에서 살게 된다면 척추 따위는 필요 없어질테니까요. 이미 생긴 것도 오징어인데 이렇게 진짜 오징어가 되나 봅니다.
“I know but not today.”
영화 〈탑건: 매버릭〉의 톰 크루즈 (출처 : Paramount)
메타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결국엔 도래하게 될 겁니다. 미래의 주인이 메타가 아니라 다른 빅테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도 그걸 알아서 조바심을 내는 거겠죠. 증강가상현실 세상은 아무리 메타라도 선점은 할 수 있어도 독점은 할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는 그 자체로 넥스트 인터넷이니까요.
지난 십여년 동안 리얼리티의 진위를 가리던 오래된 기준은 붕괴됐습니다. 이제 세상은 N개의 리얼리티가 존재하는 멀티버스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사실이며 진실인지는 세상이 아니라 나의 눈이 결정합니다. 내 눈에 진짜면 진짜인 겁니다. 주관적 진실이 객관적 사실을 능가하는 시대입니다.
언젠간 톰형의 비주얼 리얼리티도 여러 리얼리티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게 될 겁니다. 마크의 미러레이크가 아이맥스 극장의 스펙타클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도달하는 날이 오면 그렇게 되겠죠. 문득 사실에 기반해 진실을 기록하는 일개 저널리스트라는 직업도 결국 사라지겠구나 싶어집니다. 압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더밀크 신기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