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컴포트존(안전지대)'이란 말을 자주 씁니다. 통상 내가 편한 사람, 환경, 분야 등을 일컫죠.
저의 컴포트존은 한국에 있는 블록체인, 암호화폐(크립토) 업계였습니다. 현장에 가면 아는 사람들이 있었고, 새로운 대화도 두렵지 않았죠. 하지만 미국의 금융, 테크 업계에서는 다릅니다. 일단 불편한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자기소개를 길게 해야 하죠. 처음 미팅하는 어색한 순간에는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출발하기 전엔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죠.
저는 이 컴포트존을 벗어나기 위해 저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일부러 깨지 못할 약속을 많이 잡은 거죠. 그 어려운 순간을 넘어서면 한국에서 와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성장하려면 그곳을 벗어나야 했죠.
이 컴포트존을 벗어나려는 건 저뿐만 아니었습니다. 최근 롯데벤처스와 더밀크에서 운영한 실리콘밸리 연수에 참여 기자(임베디드 저널리스트)로 취재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죠. 그곳엔 한국이라는 컴포트존을 벗어나려는 신생 스타트업과 그 불편했던 미국을 컴포트존으로 만들어버린 스타트업 창업가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은 힘들지만, 나중엔 좋다
(그래픽: 김현지)
현장에서 미국에 정착한 창업가,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거의 컴포트존 벗어나기의 정수였습니다. 현지화를 위해 한인 커뮤니티도 수년간 가지 않았다고 전했죠.
눈길을 끌었던 건 미국과 한국의 다른 투자 환경입니다. 한국에서는 투자를 유치할 때 창업 초기라도 제품보다 사업이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신용이 없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제품만 봅니다. 때문에 투자 금액도 5000만원, 2억원, 5억원 등으로 소액으로 시작하죠.
대신 일단 어렵게 초기 투자를 받으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건 한국보다 수월합니다. 신용사회라는 미국의 성향이 여기에도 깃들어 있는 거죠. 미국에선 시리즈C 단계를 가야 비로소 사업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합니다. 미국에서 치열하게 시작해 협업도구 강자로 올라선 이주환(조쉬 리) 스윗테크놀로지스 CEO와 홍용남 알로 CEO가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성공비결을 공유했습니다.
진출 아닌 이민
스타트업 성장판 여는 법
(그래픽 : 장혜지)
스타트업들이 창업 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로 ‘제품-시장 최적화(Product Market Fit·PMF)’를 언급합니다. 특히 신사업을 내세운 스타트업에는 PMF 달성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죠. 하지만 현실에선 PMF를 이룬 후 영업(세일즈)과 마케팅 자원을 급격히 늘렸지만, 신규 사용자는 제자리면서 현금은 점점 소진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요다'로 평가받는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는 이에 대해 폭발적 성장 단계로 가기까지 빠진 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남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30년 이상 벤처캐피털(VC), 벤처 로펌에서 근무한, 한국계 스타트업의 멘토로 꼽힙니다.
그는 이 빠진 고리를 채우기 위해 ‘시장 최적화(Go-To-Market Fit, GMF)’라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과정을 초기 성장(Founder Growth)-성장세 잠금해제(Unlock Growth)-성장세 확장(Scale growth) 3단계로 나눈 후,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세를 ‘잠금해제’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단계를 제시한 역작으로 꼽히죠. 자세한 사항은 기사에 담았습니다.
폭발적 성장으로 가기까지
실리콘밸리 진출하는 10가지 방법
(출처 : 더밀크 김세진)
한국 스타트업들은 막연하게 미국 시장에 뛰어듭니다. 이후 본사를 어디에 먼저 설립할지, 주요 조직은 어디에 둘지를 고민하죠. 보통 미국에 본사를, 한국엔 지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나 한국에 본사를, 미국에 지사를 설립한 후 플립(Flip, 미국법인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절차)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와 VC들은 일단 진출 결정 전 내 비즈니스가 맞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단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면 미국에 진출하기보다 한국이 나을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단일하고 입소문이 빠르기 때문에 큰 비즈니스를 하기가 용이합니다. 또 미국에 비해 낮은 인건비, 창업가의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도 큰 이점이죠.
하지만 틈새시장(니치마켓)의 경우 얘기가 달라집니다. 미국 시장은 수백 인종, 4개 시간대, 도시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로컬(현지) 사건이 한국처럼 전국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로컬에 집중한 니치마켓의 크기가 크다는 거죠.
이 외에도 핵심 팀의 위치, VC 투자 유치법, 채용과 해고 등 인재 관리까지 스타트업 창업자가 미국 진출할 때 참고할만한 중요한 내용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미국 세일즈 비법
개인적으로 저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중국에선 봉흉화길(逢兇化吉)이라고도 하죠. 인생을 사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행사에서 만난 트로이 말론 에버노트 초기 멤버이자 렐러번트 공동창업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무언가를 하고, 그걸 부수고, 다시 만들고, 변화하고 그리고 이 과정을 '아주 자주' 반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불편함을 참지 말아라.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생각하고, 재설계한 다음, 이를 계속해 나가라.”
창업자가 아니더라도 알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여러모로 울림을 주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일환에서 오늘 저녁으로는 그동안 늘 먹었던 메뉴가 아닌,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오늘 새로운 운동 기구를 도전하려 합니다. 이 위험감행(리스크테이킹)이 성공했는지는 다음 레터에서 전하겠습니다.
뉴욕 노호에서 더밀크 김세진 드림
더밀크에서는 뷰스레터를 구독해 주시는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하나하나 소중히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내용, 고쳐야 할 것들, 어떤 것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애정 어린 피드백은 더밀크 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불편함과 친해져야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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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컴포트존(안전지대)'이란 말을 자주 씁니다. 통상 내가 편한 사람, 환경, 분야 등을 일컫죠.
저의 컴포트존은 한국에 있는 블록체인, 암호화폐(크립토) 업계였습니다. 현장에 가면 아는 사람들이 있었고, 새로운 대화도 두렵지 않았죠. 하지만 미국의 금융, 테크 업계에서는 다릅니다. 일단 불편한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자기소개를 길게 해야 하죠. 처음 미팅하는 어색한 순간에는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출발하기 전엔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죠.
저는 이 컴포트존을 벗어나기 위해 저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일부러 깨지 못할 약속을 많이 잡은 거죠. 그 어려운 순간을 넘어서면 한국에서 와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성장하려면 그곳을 벗어나야 했죠.
이 컴포트존을 벗어나려는 건 저뿐만 아니었습니다. 최근 롯데벤처스와 더밀크에서 운영한 실리콘밸리 연수에 참여 기자(임베디드 저널리스트)로 취재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죠.
그곳엔 한국이라는 컴포트존을 벗어나려는 신생 스타트업과 그 불편했던 미국을 컴포트존으로 만들어버린 스타트업 창업가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은 힘들지만, 나중엔 좋다
(그래픽: 김현지)
현장에서 미국에 정착한 창업가,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거의 컴포트존 벗어나기의 정수였습니다. 현지화를 위해 한인 커뮤니티도 수년간 가지 않았다고 전했죠.
눈길을 끌었던 건 미국과 한국의 다른 투자 환경입니다. 한국에서는 투자를 유치할 때 창업 초기라도 제품보다 사업이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신용이 없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제품만 봅니다. 때문에 투자 금액도 5000만원, 2억원, 5억원 등으로 소액으로 시작하죠.
대신 일단 어렵게 초기 투자를 받으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건 한국보다 수월합니다. 신용사회라는 미국의 성향이 여기에도 깃들어 있는 거죠. 미국에선 시리즈C 단계를 가야 비로소 사업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합니다. 미국에서 치열하게 시작해 협업도구 강자로 올라선 이주환(조쉬 리) 스윗테크놀로지스 CEO와 홍용남 알로 CEO가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성공비결을 공유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판 여는 법
(그래픽 : 장혜지)
스타트업들이 창업 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로 ‘제품-시장 최적화(Product Market Fit·PMF)’를 언급합니다. 특히 신사업을 내세운 스타트업에는 PMF 달성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죠. 하지만 현실에선 PMF를 이룬 후 영업(세일즈)과 마케팅 자원을 급격히 늘렸지만, 신규 사용자는 제자리면서 현금은 점점 소진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요다'로 평가받는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는 이에 대해 폭발적 성장 단계로 가기까지 빠진 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남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30년 이상 벤처캐피털(VC), 벤처 로펌에서 근무한, 한국계 스타트업의 멘토로 꼽힙니다.
그는 이 빠진 고리를 채우기 위해 ‘시장 최적화(Go-To-Market Fit, GMF)’라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과정을 초기 성장(Founder Growth)-성장세 잠금해제(Unlock Growth)-성장세 확장(Scale growth) 3단계로 나눈 후,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세를 ‘잠금해제’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단계를 제시한 역작으로 꼽히죠. 자세한 사항은 기사에 담았습니다.
실리콘밸리 진출하는 10가지 방법
(출처 : 더밀크 김세진)
한국 스타트업들은 막연하게 미국 시장에 뛰어듭니다. 이후 본사를 어디에 먼저 설립할지, 주요 조직은 어디에 둘지를 고민하죠. 보통 미국에 본사를, 한국엔 지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나 한국에 본사를, 미국에 지사를 설립한 후 플립(Flip, 미국법인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절차)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와 VC들은 일단 진출 결정 전 내 비즈니스가 맞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단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면 미국에 진출하기보다 한국이 나을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단일하고 입소문이 빠르기 때문에 큰 비즈니스를 하기가 용이합니다. 또 미국에 비해 낮은 인건비, 창업가의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도 큰 이점이죠.
하지만 틈새시장(니치마켓)의 경우 얘기가 달라집니다. 미국 시장은 수백 인종, 4개 시간대, 도시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로컬(현지) 사건이 한국처럼 전국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로컬에 집중한 니치마켓의 크기가 크다는 거죠.
이 외에도 핵심 팀의 위치, VC 투자 유치법, 채용과 해고 등 인재 관리까지 스타트업 창업자가 미국 진출할 때 참고할만한 중요한 내용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중국에선 봉흉화길(逢兇化吉)이라고도 하죠. 인생을 사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행사에서 만난 트로이 말론 에버노트 초기 멤버이자 렐러번트 공동창업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무언가를 하고, 그걸 부수고, 다시 만들고, 변화하고 그리고 이 과정을 '아주 자주' 반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불편함을 참지 말아라.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생각하고, 재설계한 다음, 이를 계속해 나가라.”
창업자가 아니더라도 알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여러모로 울림을 주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일환에서 오늘 저녁으로는 그동안 늘 먹었던 메뉴가 아닌,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오늘 새로운 운동 기구를 도전하려 합니다. 이 위험감행(리스크테이킹)이 성공했는지는 다음 레터에서 전하겠습니다.
뉴욕 노호에서
더밀크 김세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