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파월에 의한 파월에 대한

2022-09-06
  • 파월의 심리를 분석하고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 
  • 파월의 실수를 넘고 넘어 

“월스트리트에선 연준의장 친구의 논문까지 샅샅히 살펴봐요.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 제롬 파월 연준의장에 관해 취재하면서 만난 월스트리트 출신 경제학자한테 전해 들은 분위기입니다. 참 인상 깊었습니다. 돈이 가장 똑똑하다고 하죠. 돈이 이래서 똑똑한 거구나 싶었습니다. 돈이 이래서 돈을 버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저 같은 보통 사람은 파월 친구의 논문까지 읽어보기는 커명 보통은 파월이 누구인지도 솔직히 큰 관심이 없으니까요.

경제는 심리라고 합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은 보통 시장의 센티멘트를 일컫는 표현입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공포 심리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더 떨어지는 경우를 말하죠. 경기가 좋을 땐 부의 효과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분위기를 탄다는 얘기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말해주는 건 이성적인 우리의 선택이 사실은 매우 감정적이라는 진실입니다. 고전경제학의 전제는 시장참여자들은 모두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스스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거였죠. 틀렸죠. 노벨경제학상으로 입증된 행동경제학이 이미 우리가 매우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라 공포에 눌리고 환희에 매료된 선택을 한다고 말해주니까요.

시장 안에서 우리가 실수하는 순간은 우리가 감정적일 때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완벽하게 이성적이라고 착각할 때죠.

〈파워 오브 파월〉을 연재하면서 경제는 심리라는 말의 뜻을 그동안 절반만 이해하고 있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 뿐만 아니라 시장을 결정하는 연준의장 같은 정책결정권자도 실수를 합니다. 그리고 그 실수는 인간적 관계와 개인적 배경과 심리적 압박 같은 비이성적인 변수들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경제는 정말 맨 위부터 맨 아래까지 모든 심리의 총합인 것이죠.

월스트리트 IB들이 파월 사돈의 팔촌까지 연구하는 건 파월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경제적 결정은 이성적이면서도 감정적이라는 걸 아니까요. 실수까지도 분석하는 것이죠.

연준의 역사는 실수의 역사라고 합니다. 〈파워 오브 파월〉 역시 연재 막바지에서 돌아보니 결국 파월 실수의 역사더군요.  

파월의 첫 번째 실수 : 오버파워 파월 연준 

 (출처 : Gettyimages)

견제와 균형은 미국의 파운딩 파더들이 헌법을 초안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입니다. 대통령을 견제하는 삼권 분립도 여기에서 나왔죠. 견제와 균형은 거의 모든 미국 정부 기관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입니다. 연방준비제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연준의 요직은 세 자리입니다. 연준의장과 연준부의장과 뉴욕연은총재 자리죠. 이걸 연준 트로이카라고 부릅니다. 연준 트로이카 인선의 원칙도 견제와 균형입니다. 의장과 부의장은 정파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뉴욕연은총재는 친월가 사람인 경우가 많죠.

파월의 결정적 실수 가운데 하나는 연준부의장과 뉴욕연은총재까지 모조리 자기 사람으로 앉혔던 겁니다. 원래는 그럴 수 없죠. 백악관과 의회의 견제를 받게 되니까요. 그런데 파월은 그럴 수 있었습니다. 우연하게도요.

코로나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파월 연준은 엄청난 양의 달러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시장에 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대미문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죠. 인플레이션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견제와 균형을 놓친 파월 1기 연준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것도 인플레이션 진단이 실패한 것도 인플레이션 대응에 늦은 것도 모두 파월의 실수입니다. 

파월 트로이카라는 실수

파월의 두 번째 실수 : 너무도 적절한 대응 

(출처 : Gettyimages)

제롬 파월은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 받은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이름도 제롬이죠. 그래서 가족들은 어린 제롬을 제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연준의 동료들은 그를 제이 파월이라고 부릅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건 이름만이 아닙니다. 평생을 지킨 처세술의 원칙도 물려 받았죠.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act as appropriate”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항상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처신하라는 얘기였죠. 파월의 아버지는 평범한 중산층 직장인이었습니다. 공직에 진심 뜻이 있었지만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여섯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어서 포기했죠. 아들 파월이 돈 많이 버는 월스트리트를 떠나 워싱턴 어공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아버지 제롬 파월이 못 이룬 꿈을 아들 제롬 파월이 이룬 것이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하는 파월의 태도는 연준위원이 되고 연준의 주류가 될 때까지는 매우 적절한 처세술이었습니다. 정작 연준의장이 되고 나선 실수의 원인이 됩니다. 경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하다보니 오히려 한발씩 대응이 늦어지는 원인이 됐거든요.

연준의장은 상황에 대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상황을 만들어가는 자리죠. 그러자면 처세보단 신념이 필요합니다. 1970년대 그레이트 인플레이션을 극복했던 폴 볼커처럼요. 볼커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연준의장입니다. 인플레이션은 극복했지만 리세션을 유발했죠. 말하자면 볼커는 확신범이었죠. 파월은 볼커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파월의 실수들은 절대 실수를 하지 않으려다 저지른 것들입니다. 늘 너무 적절해서 탈이랄까요.  

파월식 처세술이라는 실수

〈파워 오브 파월〉은 이제 연재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파월 더 엔드게임이랄까요. 〈파워 오브 파월〉의 이야기는 파월이 명백한 인플레이션 징후를 무시하고 결정적 실수를 저지르던 2021년 4월 28일의 FOMC 회의에서 시작했습니다. 파월이 저지른 너무 적절한 무수한 실수들을 통과해서 바야흐로 지난 8월 26일 파월의 잭슨홀 미팅 이야기로 접어들 참입니다. 파월의 잭슨홀 연설 이후 글로벌 증시에선 무려 4조900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파월은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무려 46차례나 언급했죠. 단순 산수를 해보면 파월의 입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한번 나올 때마다 1000억 달러 이상씩 증발한 꼴입니다. 파월이 지금 상황에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파월은 자신의 발언이 가진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지금 상황에 가장 적절한 행동이라고 본다는 얘기죠.

9월 FOMC는 9월 20일과 2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아마도 〈파워 오브 파월〉 연재가 끝난 직후겠네요. 실수투성이 파월은 과연 이번엔 어떤 스텝을 가장 적절한 행동이라고 느낄까요?

더밀크
신기주 드림

PS.
〈파워 오브 파월〉은 더밀크가 처음 시도한 데일리 스토리텔링 저널리즘입니다. 그날그날의 에피소드가 매일 저녁 10시에 더밀크닷컴에 업로드됩니다.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엔 카카오뷰를 통해 새 에피소드가 업로드됐다는 소식을 독자 여러분에게 알람해드립니다. 〈파워 오브 파월〉 연재가 끝난 이후에도 또 다른 스토리텔링 저널리즘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더밀크를 구독해주시고 더밀크 카카오뷰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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